“부드럽게 못해서 미안해요. 저 오래 참았거든요.”
“뭐...뭘?!”
“경민 씨의 몸은...가졌으니까 마음도 가지고 싶어요.”
명훈은 언제나 말의 끝이 분명했다. 끝을 흐리거나 애매한 표현으로 헷갈리게 하는 법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의사는 늘 명확하게 전달되곤 했지만 지금의 이 대답은 경민을 매우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어...그 말은...날 좋아한다는...그런 거야?”
“그런 거죠. 침대로 가요.”
“아...아니, 난...”
“침대로 가요.”
명훈의 눈이 이상하리만치 빛나고 있었다. 경민은 그의 기세에 눌려 천천히 침대에 앉았다.
“너...오늘 술도 마셨고...이, 이건...”
그 사이 경민의 옷이 술술 벗겨지고 있었다.
“피아노 연주자라 몸이 물컹물컹 할 줄 알았더니 꽤 단단하네요. 맘에 들어요.”
‘뭐 이 자식아?!’
경민은 명훈의 키스 세례를 받으며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도 모른 채 침대에 눕혀졌다.
내로라하는 재벌가 자제 명훈은 프랑스 콩쿠르에서 한 피아니스트의 연주에 심취한다. 비록 콩쿠르에서 상은 못 받았지만 묘한 격정이 내면에 숨겨진 경민에게 반한 명훈은 자신이 주최하는 사교 파티를 위해 전속 연주자가 돼 주기를 제안한다.
경민은 마지못해 허락하고, 두 사람은 명훈의 저택에서 함께 보내며 경민의 음악과 그의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가능성까지 공유한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증후군을 가진 명훈은 경민과 어떤 감정의 교감도 하지 못한다. 경민은 마침내 같은 사교 모임에서 음악가 성준을 알아가고 자신처럼 상처 깊은 영혼임을 깨닫는다. 성준은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아닌 재즈 주자로 길을 경민에게 열어주려 하지만, 경민을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가능성을 붙들고 싶은 욕망을 지닌 명훈은 이를 참지 못하는데...
도묘:
무미건조한 일상속의 작은 변화를 포착해 우리 생활과 그리 멀지 않은 사소한 감정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은 작가, 도묘입니다.
많은 것을 설명하기보다는 단순한 문체로 썼습니다. 제 글을 읽는 독자님들께서 다채롭고 풍부한 상상을 하며 마음 깊이 존재하는 감정의 다양한 면을 바라보고,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무엇보다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