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식탁보에게 물었어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두 귀를 가져.”
식탁보가 제게 말했습니다.
모든 사물이 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에스더의 잡화점에 놓여있던 해먹은 벨리타 부인의 손을 거쳐 찰스,
펠리, 데니스, 두번째 데니스, 아리아, 링고와 바니를 만나게 된다.
이별과 새로운 만남을 반복해가며 해먹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
일까.
[본문]
“마트료시카?”
그런 적막함을 뚫고 제가 말했지요.
하지만 마트료시카는 답하지 않았어요. 마트료시카는 답하지 못했어
요. 저는 마트료시카가 제나에 의해 부엌 쓰레기통으로 향했음을 짐
작할 수 있었지요. 릴리와 위니에 의해 깨뜨려졌지만 저는 탓하지 않
았어요. 릴리도 위니도, 그리고 제나와 마트료시카를 샀던 벨리타 부
인을 탓하지도 않았지요. 마트료시카가 진열되어 있던 잡화점의 주인
인 에스더를 탓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건 사고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것은 슬프고도 무서운 사고였어요.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말이에요. 해도 달도, 그리고 우리가 이렇
게 살고 있는 지구도 언젠가는 죽는대요. 사라지는 것, 멸망하는 것
은 죽음이었어요. 죽음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인가 봐요.
죽음이라는 운명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이었어요. 어쩌면 날씨와도
같았죠. 텔레비전에서 일기예보를 해도 모든 날씨를 다 맞출 수는 없
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것은 마트료시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편집자 서평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 주위의 모든 사물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살
피게 될 것이다.
|차례
-에스더의 잡화점
-벨리타 부인
-벨리타와 찰스
-까칠한 식탁보
-두 개의 귀
-반갑지 않은 손님
-지구본과 세 사람
-엠마와 사이먼
-잃어버린 지구본
-가까워지는 이별
-심장
-꺼져버린 전등
-벌지 못하는 화가
-애석한 인연
-두 번째 데니스
-별의 꿈
-네뷸러
-초신성
-젖은 태양
-편지
-차임벨
윤혜연
낸 책
-《묘담(猫談-조선 고내기 각시 편》
-《묘담(猫談-일본 바케네코 편》
-《묘담(猫談-중국 녹랑과 홍랑 편》
-《묘담(猫談-러시아 슈르 편》
-《묘담(猫談)-등대의 소녀들 미국 편》
-《묘담(猫談)-인형과 소녀 멕시코 편》
-《피스(piece)_립스틱을 바르는 남자》
-《피스(piece)_밤을 타고 내려온 소녀》
-《피스(piece)_세상 단 하나뿐인 거인》
-《피스(piece)_천국행 지도》
-《피스(piece)_안부》
-《피스(piece)_동등인간》
-《피스(piece)_수상한 양과자점》
-《피스(piece)_아상블라주(Assemblage)》
-《피스(piece)_파란》
-《피스(piece)_리시안셔스》
-《피스(piece)_이너라이트(Inner light)》
-《피스(piece)_종이인간이 사는 방법》
-《피스(piece)_다방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