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과거에 경숙이 짙은 향수를 내뿜는 다방 여자였을 거라는 이야기도 내뱉었다.
1952년 생 경숙은 다섯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고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엿장수 용칠에게 시집을 간다.
결혼 생활 도중 아이가 죽고 남편이 따라 죽고 시아버님이 돌아가시는 등 그녀의 인생에 나쁜 일이 연달아 일어난다.
그렇게 홀로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던 경숙은 장터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된 삶을 살아온 한수를 만나게 되는데....
[본문]
“이 여시 같은 년, 네 년이 집안 꼴 다 말아먹을 작정이구나! 왜, 인제 나도 죽으면 이 집 팔 심산이니?”
시모가 경숙을 향해 목침을 던졌다.
목침이 경숙의 한쪽 머리를 터뜨렸다. 머리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지만 경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한수를 만났다가 돌아온 집에서 일어난 사달이다. 목침을 던져 가며 성을 내는 시모의 이야기들을 경숙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에서 한수를 만나고 국밥을 먹는 게 고향 사람들 눈에 비치지 않을 수 없었다.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욕먹는 게 당연했다. 어쩌면 정말이지 어쩌면 자신이 한수를 만날 때마다 소리 없이 외치던 마음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여보소, 여보소, 이 년이 날 잡아먹으려 든 다오!”
가슴을 마구 치며 시모가 울음 받친 소리를 내었다.
|편집자 서평
세간의 이목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려주는 책
윤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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