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새벽부터 자정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아 언제나 열려있는 릭의 사진관은 가끔 문을 닫기도 한다.
인화된 사진을 찾지 않는 고객들에게 직접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서,
구겨지면 죽어버리는 종이인간의 세계에서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본문]
“페기 도리스 씨?”
릭이 물었다.
“어디서 왔지?”
겁먹은 채 릭이 물을 때다. 50대 남성이 릭을 향해 인상을 구긴 채 물었다. 릭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의아했다. 그러자 정육점 남자는 릭의 멱살을 붙잡았다.
“제 때 갚는다고 했을 텐데. 그때 했던 이야기는 허투루 들은 건가?”
정육점 남자가 릭의 멱살을 잡았다. 남자는 성이 난 건지 잔뜩 목소리를 깐 채 단호히 이야기했다. 깡통이라도 찌그러뜨리는 것처럼 정육점 남자는 릭을 향해 인상을 잔뜩 썼다. 이러다 곧 남자의 몸이 구겨질 것 같았다.
“리, 릭 프랭크라고 합니다. 페기 도리스 씨가 제 사진관에 사진인화를 부탁해서요.”
릭의 얼굴이 잔뜩 창백해졌다. 정육점 남자 꽤나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반해 릭은 깡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찌푸리는 인상에 그는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한 대 맞을 것 같은지 그는 말을 더듬으며 정육점 남자에게 사진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남자는 이내 잡았던 멱살을 풀었다. 그리고 릭이 건넨 봉투를 받았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릭이 건넨 봉투 속 사진들을 보았다. 남자의 표정은 담담했다. 골목에서 이따금씩 발걸음이나 자전거 경적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들이 몇 번이나 더 들리고 나서야, 남자는 사진에서 눈을 뗐다.
|편집자 서평
이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긴 책
윤혜연
낸 책
-《묘담(猫談-조선 고내기 각시 편》
-《묘담(猫談-일본 바케네코 편》
-《묘담(猫談-중국 녹랑과 홍랑 편》
-《묘담(猫談-러시아 슈르 편》
-《묘담(猫談)-등대의 소녀들 미국 편》
-《묘담(猫談)-인형과 소녀 멕시코 편》
-《피스(piece)_립스틱을 바르는 남자》
-《피스(piece)_밤을 타고 내려온 소녀》
-《피스(piece)_세상 단 하나뿐인 거인》
-《피스(piece)_천국행 지도》
-《피스(piece)_안부》
-《피스(piece)_동등인간》
-《피스(piece)_수상한 양과자점》
-《피스(piece)_아상블라주(Assemblage)》
-《피스(piece)_파란》
-《피스(piece)_리시안셔스》
-《피스(piece)_이너라이트(Inner 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