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인 소녀는 철도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태엽을 감는 노인을 만난다. 천국으로 향하는 지도를
발견한 소녀는 이후 눈밭에 사는 사내와 달빛을 닮고 싶은 반딧불이를 만난다. 천국행 지도를 따
라 소녀는 천국에 다다랐을까?
[본문]
“아흔 여섯, 아흔 일곱, 아흔 여덟…….”
노인은 한참동안 태엽을 감았고 세던 숫자는 더 커졌다. 무언가 외우듯이 숫자는 칠백 서른여덟
에서 멈췄다. 감던 태엽도 칠백 서른여덟에서 멈췄다. 그러자 갑자기 어디선가 절그럭거리는 소리
가 났다. 감겼던 태엽이 풀렸고 쇠붙이 들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은은한 종소리라도 울리듯, 쇠붙
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는 아름다웠다. 때문에 소녀는 앉았던 소파에서 노인의 옆으로 다가갔
다.
“아름답지?”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참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전철의 빛에 감았던 두 눈을 다시 떴을 때,
소녀는 노인의 공간에 들어왔다. 노인의 책상 앞을 비추는 등불처럼, 소녀는 전철의 빛을 따라 이
곳까지 새어 들어온 것 같다.
“천국행 지도란다.”
윤혜연
낸 책
-《묘담(猫談-조선 고내기 각시 편》
-《묘담(猫談-일본 바케네코 편》
-《묘담(猫談-중국 녹랑과 홍랑 편》
-《묘담(猫談-러시아 슈르 편》
-《묘담(猫談)-등대의 소녀들 미국 편》
-《묘담(猫談)-인형과 소녀 멕시코 편》
-《더 스릴러(the thriller)》(전자책)
-《HERE I AM》(종이책)
-《어떤 날에》(전자책)
-《헨리(Henry)》(종이책)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