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혜나랑 어떤 사이예요?”
용훈은 혜나라는 말에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시선을 돌려 김형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의 초점이 제대로 돌아온 것 같아서 김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용훈은 김형사를 한참동안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저도 궁금하네요, 혜나한테 제가 뭐였는지.”
그 말은 진심 같았지만 조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김형사는 용훈을 유심히 보면서 품에서 수첩을 꺼내 들었다.
“둘이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다는 건가요?”
용훈은 눈을 내리깔고 묵묵부답이었다.
“그럼 혜나가 왜 강화도까지 왔을까.”
혼잣말 같은 김형사의 말에 용훈은 살짝 날선 대답을 던졌다.
“저도 모릅니다. 아침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냥 왔어요, 어느 날 갑자기-”
“횟집으로 왔다구요. 근데 횟집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찾아올 정도면 꽤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는 건데.”
제대한 후 강화도 바닷가에서 엄마 횟집 일을 거들며 하루하루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용훈. 어느 날, 독일로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학기가 끝나도 한국으로 안돌아와 왔다던 대학 동기 혜나가 갑자기 횟집 유리문 너머에 이마를 붙이고 서 있다. 페이스북도 탈퇴하고 유럽에서 한동안 잠적해 버렸던 혜나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거짓말처럼 강화도 용훈에게 나타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용훈아. 내가 좋아하는 만화책에 이런 말이 있어. 한번 지옥을 본 사람은 평생 지옥을 볼 수밖에 없대.”
혜나는 다시 긴 발자국을 내며 해변을 걸어갔다...
잔잔하면서도 청춘들이 지닌 내면의 격정이 느껴지는 수려한 미스터리!
|차례|
1장
2장
3장
작가후기
newyearsday
‘제2회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소설 공모전’에 <혜나>가 당선되었다.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재직하였다. 현재는 프리랜서와 백수의 삶을 오가며 다양한 창작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미스터리라고 믿기에, 미스터리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을 찍고 직접 표지를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