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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의 벽-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012

2015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공모전 당선작품! 본문 "아내 분이 미인일 줄 알고 있었어요." "예?" "낮에 라면을 사러 나갔다가 이삿짐 트럭이 서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가구 중에 스티로폼에 쌓인 커다란 화장대를 봤어요. 장미무늬가 조각된 아주 훌륭한 화장대였죠. 신혼부부가 이사 온 것 같다는 예감이 거기에서부터 물씬 풍겼다고 할까? 비닐로 쌓인 거울에는 아마도 긴 생머리에 흰 얼굴을 한 젊은 여자가 비쳐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상상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인사치레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어깨에 반쯤 가린 남자의 눈빛은 뿔 테 안경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음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남편도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
2015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공모전 당선작품!

본문

"아내 분이 미인일 줄 알고 있었어요."
"예?"
"낮에 라면을 사러 나갔다가 이삿짐 트럭이 서 있는 걸 발견했거든요. 가구 중에 스티로폼에 쌓인 커다란 화장대를 봤어요. 장미무늬가 조각된 아주 훌륭한 화장대였죠. 신혼부부가 이사 온 것 같다는 예감이 거기에서부터 물씬 풍겼다고 할까? 비닐로 쌓인 거울에는 아마도 긴 생머리에 흰 얼굴을 한 젊은 여자가 비쳐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상상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인이시네요."
아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고맙다는 인사치레도 나오지 않았다. 남편의 어깨에 반쯤 가린 남자의 눈빛은 뿔 테 안경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음험한 기운이 느껴졌다. 남편도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였다. 그러나 그 남자는 그런 부부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며칠 째 감지 않아 머릿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남자는 현관문을 쥐었다.
"죄송하지만, 화장대 좀 구경할 수 있을까요?"


“나는 절대로 아줌마가 되지 않을 거야. 자기한테 늘 사랑 받기 위해서 집에서도 예쁘게 꾸밀 거야.”

신혼부부가 맨션으로 이사를 온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젊은 신부는 신혼집이 좁음에도 화장대만큼은 장인의 손길이 묻어난 최고급으로 가지고 왔다. 침대나 티브이보다 훨씬 비싼 화장대를 주문할 때에 남편은 고민까지 했지만 화려한 장미 무늬가 수놓아진 화장대 앞에 앉아서 원형 거울에 비치는 제 얼굴을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내를 보고 있자니,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하지만 이사 온 첫날부터 아래층에 사는 남자가 올라와 그녀의 화장대를 꼭 보고 싶다며 집착을 보이고, 서늘하고 불길한 징조들이 신혼부부의 주위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현대사회의 익명성이 불길한 징조와 공포가 점점 조장되는 방식으로 무섭고 서늘하게 나타나 있다.”
-출판사 서평
속:
2015년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공모전에 <신혼부부의 벽>으로 당선하였다.
일곱 살,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죽음을 맞이함. 방을 함께 쓰던 외조부가 돌아가신 뒤, 삶의 뒷면에 죽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다.
열여덟 살, 서울역으로 가는 1호선 버스 안에서 경찰로 위장한 사기꾼들에게 개인 정보를 발설함. 이 삶 속에 어떤 음모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다.
스물 둘,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려 열이 42도까지 오르며 환상을 보는 경험을 함. 현실 속에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는 것을 깨닫다.
현재, 세상 속에 파묻혀 지내며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미스터리한 감정들과 주변 사람들의 연관성에 대해서 연구 중이다.

*표지일러스트: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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