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에 그녀는 없었다!
짙고도 깊은 비엔나에서 단 하룻밤:
비엔나 케른트너 거리 끝 자허 카페. 몇 십분 째 종이 위에 만년필을 쥐고 골똘한 생각에 젖어 있는 이국적인 동양인 남자. 멜란지 커피를 다섯 잔이나 마시며 앉아 있던 남자가 여행자인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곳 비엔나에서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절대. 보석가게 하벤에서 나오다 비가 쏟아지는 케른트너 거리. 비를 피해 들어간 엽서 가게. 엽서를 고르다가 자신과 똑같은 엽서를 고르고 마는 한 남자. 쳐다보니 아까 카페자허에서 그녀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그 남자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인연이 시작되고. 아름답고 꿈결 같은 시월의 비엔나에서 하루 낮을 보내고, 두 사람은 짙고도 깊은 비엔나의 밤의 입구로 점점 함께 다가가는데...
|본문
그녀가 아쉬움처럼 로제와인을 모두 삼키며 입을 열었다.
“저도 오토처럼 내일 아침 7시면 비엔나를 떠난답니다.”
“정말입니까?”
그는 예상 밖이란 듯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네. 이미 기차표를 예약해 두었어요.”
“오, 미스 정. 며칠만 더 머물렀다 가면 안 될까요?”
그는 마치 오토처럼 애타는 눈빛으로 말했다.
“중요한 사정이 있어요.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입니다.”
“제가 당신의 좁은 문으로 기꺼이 함께 들어간 데도 말입니까. 사방이 가로막힌 당신의 좁은 통로에서 앞뒤로 밀려오는 모든 악들을 기꺼이 맞서 함께 싸운 데도 말입니까. 마침내 이렇게 당신 앞에 비굴한 존재가 되어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을 해도 말입니까.”
이렇게 말하며 그는 참담하게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건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여림 씨-”
그는 그녀의 두 손을 자신의 뺨에 갖다 대며 안타깝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셀리와 저는 달라요. 당신이 저를 어떻게 사랑한다 해도 저는 당신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까요.”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는 말인가요?”
“다시는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건 말씀 드릴 수 없어요.”
그의 눈빛은 슬픔으로 저 멀리 멀어져가는 듯했다.
|차우모완
신문사와 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공모전에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작가이며, 기업인.
다른 작품엔 여성성의 행복한 탐구에 관한 장편《그 해 여름 갑자기》, 바래지 않을 청춘의 로망이라 불릴 소설집《고엽》《플라이트 투 덴마크》, 스릴러 시나리오《쇼윈도》, 엔블록미스터리걸작선 《멍키스패너》《자신을 죽여야 사는 남자》, 대본 형태 소설《미스터리 단막극_고엽》, 애틋하고 그리운 어느 섬에 관한 시나리오《파도야 들려주렴》, 코믹탐정 라이트노벨 시리즈《포이즌드 시티》, 장편 로맨스 《병원에서 행복한 날들》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