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지정 도서 선정-
-2008년 야후, 영풍 이벤트 '청소년들이 선물 받고 싶은 책 10' 선정 판타지-
-2008년 종이책 출간
1. 평행우주, 여러 세계 이론 또는 다중우주
양자 역학에 의해 파생될 우주는 헤아릴 수 조차 없다. 나의 선택에 의해 갈라져 나가는 우주는 무한에 가깝고 이 시각에도 나는 수천, 수만 개로 분할된다. 원소의 구성 요소의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우주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어떤 우주에서는 매우 귀중한 절대 자원이 다른 세계에서는 쓰레기보다 못할 수 있다. 이 세계의 대통령은 다른 세계의 말단 비서보다 대접받지 못하는 세계가 있을 수 있다.
늘 푸념만하던 여자 말단 비서가 어느 날 일어나보니 비서가 가장 우대받는 세계로 우연한 순간 이동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말 비서이세요?”하며 모두가 자신을 대통령보다 더 우러러보는 스필버그의 <환상특급> 속의 한 이야기는 우리가 몸담은 이 세계만이 절대적인 세계라는 확신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2. 블록우주
남편을 잃고 실의와 비탄에 잠긴 장례식의 여인에게 아인슈타인은 위로의 말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내 아인슈타인은 죽은 친구의 부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부인, 특별히 현재가 지나가버린 과거나 미래보다 소중한 것은 아니랍니다.”
친구의 부인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과거나 미래, 그리고 현재는 똑같이 소중하고 그 시간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블록 우주론에 의하면 미래는 이미 저기 결정돼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부인하고 싶을 뿐. 그렇다면 이 이야기 속의 부인이 남편과 행복한 일상을 보냈을 낱낱의 과거 또한 다른 시공간에 분명 존재하게 된다.
3. 보물선 메릴 호
이 소설은 위의 여러 이론들로부터 작가가 무제한적 상상력을 발휘해 쓴 판타지이면서도, 가족 간의 사랑과 신뢰,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작가는 15,6세기뿐만 아니라 17, 18세기의 카리브해, 대서양, 스페인 대해의 풍부한 역사적 자료들에 철저하게 근거하여, 현재와 과거, 미래를 하나의 이야기 틀 속에 가져왔다. 과거 범선 시대의 여러 범선과 해도, 무기와 소품, 항해술들은 모두 그 시대의 고증을 바탕으로 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해적들은 위악적이지도 않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잘못된 해적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자신들을 ‘해변의 형제들’이라 부르며 누구나 평등한 세계를 꿈꾸었던 낭만적인 해적들의 모습이 언뜻 내비치기도 한다. 작가는 최대한 해양사가들의 저서에 바탕을 둔 이들의 모습과 행동패턴, 전투 행태 들을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주인공들은 현재 처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브리건틴 선단으로 미지의 위험이 도사린 항해에 오른다. 도전과 응징,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에 과감히 맞서 싸우는 일행의 모습은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하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몫 잡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지만, 그 동기를 천박하거나 속되다고만 할 수 없다. 이 혹독한 자본주의 세계에서 우리 대부분은 ‘속된 꿈’을 하나쯤 갖고 있긴 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한계를 끝까지 실험해보려고 노력하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작품개요-
불현듯 가족의 품을 떠나버린 엄마, 사채업자에게 쫓기며 능력을 상실한 아빠. 안타까운 가장의 모습은 이 시대 모든 아버지들의 초상화이다. 중학생인 나는 순간 이동 중 자신의 방에 우연히 떨어진 마치라는 소녀와 함께 지낸다. 한편 백양나무 숲 너머, 언덕 위의 조 씨는 숲에 우연히 떨어진 ‘허리케인의 눈’으로 하루 아침에 어마어마한 부자가 된다.
나는 다른 세계에서 온 마치의 삶에 휘말리고 마치와 함께 18세기 초의 카리브해, 대서양을 횡단해 현재의 JJ-109세계로 비밀무역을 떠나는 조 씨의 브리건틴 선단에 밀항하게 된다. JJ-109 세계의 알모타 제국으로 가는 도중에 선단은 유리눈알 선장에게 장악되고, 일행에게는 상상도 못할 낯선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본문 맛보기-
“시간이 더 남아 있다 해도 달라질 건 없어. 이 공장을 비롯해 내가 쌓아온 많은 것을 잃게 되겠지. 하지만 모든 걸 잃는 건 아니지. 난 너희들만 있으면 돼. 희망이 부질없다 해도, 인간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언제든 우린 다시 시작할 수 있단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마저 멈춰선 안 돼.”
☆
현실이 어렵다고 모든 사람이 다 엄마처럼 다른 세계로 도피할 순 없다. 어쩌면 엄마의 선택도 절망스런 도피라고 볼 수는 없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그 당시 홀로 느끼고 있던 마음의 고통이 어떤 것이었는지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이렇게 내 앞에 살아 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희망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아빠는 말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인간은 구겨진 다리를 일으켜 세우고 조금씩 전진해야 한다고.
|한가을
소설과 동화가 각각 공모전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2006년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낸 책에는 판타지《잠꾸니 루미 1.2.3》(2009 한국문학번역원 해외 진출지원도서)《보물선 메릴 호》(2010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지정도서 선정)《못 말리는 헬리콥터 엄마, 여섯 아이들, 그리고 스카프》SF《최후의 인간(The Last Man in the Galaxy)》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