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다 가져도 사랑하는 연인을 품는 것만 못하리!
인간의 육신을 빌은 영들의 운명적 한 판
퓨전 판타지 무협의 진일보, 서화의 귀환!
▶2권 줄거리
홍천아가 흑사왕을 죽이고 영혼의 지팡이를 뺏으려는데 유설린이 낚아채 사라진다.
흑비는 제2 은신처에서 곳곳의 마신들을 소집시킨다. 하지나의 만류에도 그녀는 복수심에 불타 전쟁준비를 시작한다.
한편 유설린은 도망 중에 부상당한 황검무를 만난다. 설린은 그를 데리고 사찰로 들어가고, 사찰은 전 총대장을 모셨던 방자현이 세운 것. 방자현은 전 총대장의 명령을 받들어 현 세계에서 마신과 영수궁이 크게 싸우지 못하도록 조율하고 있었다.
이틀 후, 몸이 회복한 황검무는 홍천아를 찾아 유설린과 함께 떠난다.
총대장은 영수궁에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집에서 가족들을 모두 죽인 영혼세계를 부셔버리겠다고 복수를 꿈꾼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반드시 영혼의 지팡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홍천아는 영혼의 지팡이를 찾는 데 실패하자, 총력을 다해 찾으라고 명한다.
마침내 방자현과 황검무는 손을 잡고 영수궁과 마신들을 대적할 계획을 세운다.
한편, 김연빈이 죽었다고 여긴 유설린은 하지나와 함께 영수궁을 치기로 한다.
▶서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습니다. 2010년 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전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장르문학소설들을 읽으며 소설가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장르문학이 주류문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을 바라봅니다. 다른 책에는《영혼전1_엇갈린 운명》이 있습니다.
▶제목 글 ‘영혼전’_ 김성덕 신산 씀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같은 대회 초대 작가
▶본문
시리고 애달픈 피리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을 돌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토록 가슴 한편이 답답하지 않았을까. 불구덩이라도 들어온 것만 같이, 온 몸이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만약에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지. 대부분 사람들은 한쪽 면밖에 보지 못하니까. 조금만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면 훨씬 다양한 세상이 있는데 말이다. 물론 그들도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다른 곳을 보고, 그것을 인정해 버린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봐온 인생관이니 가치관 등을 부인해 버리는 게 되니, 처음부터 고개를 돌려 다른 면을 보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고정관념과 편견, 아집이라는 말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그 대부분의 사람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확신했다.
밤하늘이 지옥과도 같았다. 오늘따라 한 층 더 해 무수히 떠 있는 별들이 일시에 화살이 되어 가슴에 쏟아질 것 같았다.
지난 3년 동안 자신은 뭘 위해서 살아왔는가. 그래. 믿었던 친구와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복수하려고 살아왔지. 더불어 날 배신하고 떠난 이유가 뭐냐. 물어보기 위해 살아왔었지. 그걸 위해서 야차같이 독해지고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살아왔던 거야.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허울 좋은 거짓. 그것을 마치 진실이라고 믿은 것이다. 사실은 미치도록 그녀가 보고 싶었던 거였다.
아무 말도 없이 떠날 이유는 없으니까 그 둘이 자신을 떠나야 했던 피치 못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본인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틀 전에 하지나 표정을 봤을 때. 그것이 확실해졌다.
지금에 와서 후회해도 늦고 다시 돌리기에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 그렇다하더라도 그녀를 볼 것이다. 피치 못한 사정이 있으면 그 사정을 전부 들은 다음에 판단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온 삶이 무의미해져 버리니까.
*
그녀는 지금 장지현에게 가고 있는 중이다. 며칠 동안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주자는 의미에서 자중하고 지내라는 본부의 명령이 있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선보러 나가는 것 같았다. 인공육체를 하고 있었기에 눈에 띄는 한복은 입지 않았다. 생전처음 신어보는 부츠, 레이스가 돋보이는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화장을 진하게 해서 분 냄새가 진동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고 한복을 입지 않았건만 오히려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생전 거들떠보지도 않던 속살이 보이는 옷을 입고 어울리지 않는 짓까지 하려니 어색해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더라. 용기를 냈다. 그리고 오늘처럼 좋은 날은 드물다. 오유경은 본부에 갔으며 김연빈과 강신우도 없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따라서 지금은 부상 중인 장지현 혼자 있는 거였다.
손에는 보약이 들려 있었다. 구한량에게서 뺏은 미약이 이 약 안에 녹아 있었다. 오늘 작정을 한 거였다.
아파트 문 앞에 선, 강다이는 마른 침을 삼키며 벨을 눌렸다. 분명 안에 장지현이 있다는 걸 아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이어 벨을 눌러봐도 마찬가지였다. 조급한 마음에 문고리를 살짝 돌려보았다. 돌아간다. 그녀는 안을 살폈다.
“장지현님. 소녀, 강다이예요.”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불이 전부 꺼져 있어서 어두컴컴했다.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
한편, 유설린은 자기만의 고유기술을 발현시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지며 사라져갔다.
유혼위우(幽昏?雨)
유설린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녀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주위가 짙은 어둠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또한 촉촉하게 꽃잎이 온 몸을 흩고 지나는 것 같았다.
그윽한 어둠 속, 만개한 꽃의 비.
수하들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지만 자신의 손조차 보이지 않으니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수시로 자세를 바꿔 검을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것이 고작이다.
천지를 울릴 듯 유설린의 목소리가 공명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잠시 동안 잠들어 있어 주셔야겠어요.”
유설린은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달려갔다. 그리고는 마혈(麻穴)을 짚어 점혈(點穴)시켰다. 한 명씩 맥없이 쓰러져 기절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한 명 뿐이다.